기업의 유동비율이 높다는 기사를 보면 단기 자금 사정이 넉넉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유동자산의 상당 부분이 팔리지 않는 재고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장부에는 자산으로 기록돼 있어도 급하게 현금이 필요할 때 원하는 가격에 바로 팔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고처럼 현금화에 시간이 걸릴 수 있는 항목을 덜어내고 기업의 단기 상환 능력을 조금 더 보수적으로 확인하는 지표가 당좌비율이다.
당좌비율 뜻부터 한 줄로 이해하기
당좌비율은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당좌자산이 유동부채의 몇 퍼센트인지 보여주는 비율이다.
당좌비율 = 당좌자산 / 유동부채 × 100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당좌자산이 120억 원이고 유동부채가 100억 원이라면 당좌비율은 120%다. 장부상으로는 비교적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보다 20억 원 많다는 뜻이다.
반대로 당좌자산이 70억 원이고 유동부채가 100억 원이라면 당좌비율은 70%다. 당좌자산만으로는 단기부채를 모두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므로 영업현금흐름과 차입금 만기를 더 자세히 살펴야 한다.
당좌자산에는 무엇이 들어갈까
당좌자산은 유동자산 가운데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매출채권 등이 포함된다.
계산할 때는 보통 유동자산에서 재고자산과 선급비용처럼 즉시 현금화하기 어려운 항목을 제외한다.
당좌자산 = 유동자산 - 재고자산 - 기타 즉시 현금화하기 어려운 유동자산
다만 회사와 분석 자료에 따라 당좌자산에 포함하는 항목이 조금 다를 수 있다. 비율을 비교할 때는 계산식과 포함 항목이 같은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유동비율과 당좌비율은 무엇이 다를까
유동비율과 당좌비율은 모두 기업이 단기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지 보는 지표다. 차이는 어떤 자산을 상환 재원으로 인정하느냐에 있다.
유동비율 = 유동자산 / 유동부채 × 100
당좌비율 = 당좌자산 / 유동부채 × 100
유동비율은 재고자산을 포함한 유동자산 전체를 사용한다. 당좌비율은 재고자산처럼 현금화에 시간이 걸릴 수 있는 항목을 제외한다. 따라서 같은 회사라면 당좌비율은 보통 유동비율보다 낮게 나온다.
유동비율의 기본 개념을 먼저 잡고 싶다면 유동비율 뜻, 1년 안에 갚을 빚을 감당할 수 있는지 보는 법을 함께 보면 이해가 쉽다.
숫자로 비교하면 차이가 더 잘 보인다
두 회사의 유동자산과 유동부채가 같다고 가정해보자.
A회사
- 현금 및 매출채권: 150억 원
- 재고자산: 50억 원
- 유동부채: 100억 원
B회사
- 현금 및 매출채권: 60억 원
- 재고자산: 140억 원
- 유동부채: 100억 원
두 회사의 유동자산은 모두 200억 원이므로 유동비율은 모두 200%다. 유동비율만 보면 단기 상환 능력이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당좌비율은 다르다. A회사의 당좌비율은 150%이고, B회사의 당좌비율은 60%다.
B회사는 재고를 원활하게 판매해야 단기부채를 감당할 수 있다. 재고 판매가 늦어지거나 할인 판매가 필요해지면 실제 현금 확보액은 더 줄어들 수 있다. 당좌비율은 이 차이를 빠르게 보여준다.
당좌비율은 몇 퍼센트면 좋을까
당좌비율은 일반적으로 높을수록 단기 지급 여력이 크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절대적인 적정 수치는 없다.
현금 결제가 빠르고 재고가 거의 없는 서비스 기업은 당좌비율과 유동비율의 차이가 작을 수 있다. 반면 제조업이나 유통업은 정상적인 영업 과정에서도 재고를 많이 보유하므로 두 비율의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당좌비율은 아래 세 가지와 비교하는 편이 좋다.
- 같은 회사의 과거 당좌비율
- 같은 업종 경쟁사의 당좌비율
- 유동비율과 영업현금흐름의 변화
숫자 하나를 기준으로 안전과 위험을 나누기보다 기업의 사업 구조와 변화 방향을 함께 봐야 한다.
당좌비율이 높아도 주의해야 하는 이유
당좌자산은 재고보다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지만, 모든 당좌자산이 현금과 똑같은 것은 아니다.
매출채권이 실제로 회수될 수 있는지
매출채권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했지만 아직 받지 못한 돈이다. 거래처가 약속한 날짜에 지급하면 현금으로 바뀐다. 그러나 거래처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 회수가 늦어지거나 일부를 받지 못할 수 있다.
당좌비율이 높아진 이유가 매출채권 급증이라면 매출 증가에 따른 정상적인 변화인지, 대금 회수가 지연된 결과인지 확인해야 한다. 대손충당금과 매출채권 회전 기간도 함께 보면 도움이 된다.
단기금융상품에 사용 제한이 있는지
단기금융상품은 만기가 짧아 당좌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담보로 제공됐거나 사용이 제한돼 있다면 급할 때 부채 상환에 바로 쓰기 어려울 수 있다.
재무제표 주석에서 사용 제한 금융상품과 담보 제공 내역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유동부채 만기가 한 시점에 몰려 있는지
당좌비율은 한 시점의 자산과 부채를 비교한다. 비율이 괜찮아 보여도 대규모 차입금 만기가 특정 달에 몰려 있다면 실제 자금 압박은 커질 수 있다.
단기차입금, 유동성 장기부채, 회사채 만기 구조를 확인하면 언제 현금이 필요한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당좌비율이 갑자기 낮아지는 대표적인 이유
당좌비율은 당좌자산이 줄거나 유동부채가 늘면 낮아진다. 대표적인 원인은 다음과 같다.
- 현금을 사용해 설비투자나 인수합병을 진행한 경우
- 매출채권을 회수하지 못해 손실 처리한 경우
- 단기차입금이 빠르게 증가한 경우
- 장기부채의 만기가 1년 안으로 들어와 유동부채로 바뀐 경우
- 영업 부진으로 보유 현금이 계속 감소한 경우
당좌비율 하락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성장을 위한 투자로 현금이 일시적으로 줄었고 영업에서 현금이 꾸준히 들어온다면 감당할 수 있다.
반대로 적자를 메우기 위해 단기차입금이 반복해서 늘었다면 비율 하락은 자금 압박이 커지는 신호일 수 있다.
당좌비율과 함께 확인할 지표 4가지
1) 유동비율
유동비율과 당좌비율의 차이가 크면 재고자산 비중이 높다는 뜻일 수 있다. 차이가 계속 벌어진다면 재고가 매출보다 빠르게 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2) 영업현금흐름
당좌비율은 재무상태표의 한 시점 숫자다. 영업현금흐름은 기업의 본업에서 실제 현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을 보여준다. 당좌비율이 높아도 영업현금흐름이 계속 마이너스라면 보유 현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3) 부채비율
당좌비율은 단기 상환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 부채비율은 기업이 자기자본에 비해 전체 부채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부채비율 뜻, 기업이 빚을 얼마나 쓰는지 보는 법을 함께 확인하면 단기 유동성과 전체 재무 구조를 연결해서 볼 수 있다.
4) 이자보상배율
현금성 자산이 있어도 본업 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자보상배율 뜻,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보는 법을 같이 보면 단기 지급 능력과 이자 부담을 함께 점검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자주 헷갈리는 포인트
오해 1. 당좌비율이 100%를 넘으면 무조건 안전하다?
아니다. 매출채권 회수가 늦어지거나 단기금융상품 사용이 제한돼 있다면 장부상 당좌자산을 바로 상환에 쓰지 못할 수 있다.
오해 2. 당좌비율은 높을수록 무조건 좋다?
꼭 그렇지는 않다. 지나치게 많은 현금을 장기간 쌓아두는 것은 투자와 사업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뜻일 수도 있다.
오해 3. 재고가 많으면 무조건 위험하다?
아니다. 판매가 빠르고 수요가 안정적인 재고는 정상적인 영업에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재고 증가 속도와 실제 판매 가능성이다.
재무제표에서 당좌비율을 읽는 순서
- 재무상태표에서 유동자산과 유동부채를 확인한다.
- 유동자산 중 현금, 단기금융상품, 매출채권, 재고자산을 나눠 본다.
- 같은 기준으로 당좌자산을 계산해 당좌비율을 구한다.
- 전년과 전 분기보다 비율이 좋아졌는지 확인한다.
- 매출채권 회수 가능성과 단기금융상품 사용 제한을 주석에서 살핀다.
- 영업현금흐름과 단기차입금 만기 구조를 함께 본다.
이 순서로 보면 당좌비율이라는 숫자를 단순 비교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기업이 필요할 때 실제로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FAQ
당좌비율과 현금비율은 같은 지표인가요?
아니다. 당좌비율은 현금뿐 아니라 단기금융상품과 매출채권 등도 포함한다. 현금비율은 보통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중심으로 유동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지 본다. 현금비율이 더 보수적인 지표다.
당좌비율이 유동비율보다 높을 수도 있나요?
같은 시점과 같은 기준으로 계산했다면 일반적으로 당좌비율이 유동비율보다 높을 수 없다. 당좌자산은 유동자산에서 일부 항목을 제외한 값이기 때문이다. 두 비율의 계산 기준이나 시점이 다르면 예외처럼 보일 수 있으므로 원자료를 확인해야 한다.
당좌비율이 낮으면 바로 자금난인가요?
바로 자금난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현금 판매가 많고 영업현금흐름이 안정적인 기업은 낮은 당좌비율로도 운영할 수 있다. 다만 단기차입금이 많고 현금흐름도 불안정하다면 자금 압박 가능성을 자세히 점검해야 한다.
참고 자료
정리
당좌비율은 재고처럼 현금화에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자산을 덜어내고 기업이 단기부채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보는 지표다.
계산식은 간단하지만 당좌자산의 질을 확인하지 않으면 해석이 빗나갈 수 있다. 매출채권 회수 가능성, 사용 제한 금융상품, 부채 만기, 영업현금흐름을 함께 봐야 실제 지급 능력이 보인다.
당좌비율을 볼 때는 “몇 퍼센트인가”에서 멈추지 말고, 그 자산을 필요한 시점에 실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가를 질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